김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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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력사소설 반도의 혈 ㅡ백포종사 서일 일대기ㅡ제2부 3
2011년 05월 06일 12시 13분  조회:5593  추천:34  작성자: 김송죽
 

대하력사소설 

           반도의 혈(穴)

               ㅡ백포종사 서일 일대기ㅡ제2부

 

  3.     

   이홍래는 근 3개월가량이나 경원에서 무사히 숨어지냈다. 시간이 오래가서 그런지 아니면 체포해야 할 자가 너무많아 그러는지 이제는 경찰당국에서 그를 추적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홍래는 어부로 가장해 류배지 지도(智島)에 가서 라철과 동지들을 만나 위문하려는 엉뚱한 궁리까지 했다. 

   《아니 무슨 외람된 생각을 그리합니까? 유람 할 궁리를 하고 그러는거나 아닙니까? 섶을 지고 불속에 뛰여들자구하다니 원! 자기를 붙잡자는 통집령이 나붙지 않았다구 그토록 행동을 하자구해서야 됩니까. 그따위 과분한 생각을랑은 싹싹 거두시오.》

   서일은 지도(智島)에 가보자고 말을 꺼내는 그를 되게 나무렸다.

  《의병이 즘즘하다고 끝난걸까요. 아니지. 일본은 촉각을 그냥 곤두세우고있는겁니다. 항쟁이 거의사라져 가는 상태라 여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언제건 다시들고일어나리라 보이는 <위험분자>를 색출하느라 눈에 쌍불을 켜고 있지요. 게다가 일진회분자들이 앞잡이로 되여 냄새를 맡고있으니 위험은 의연히 존재해서 멋없이 나돌다가는 정말 잡히고 말 것입니다.》

   이홍래의 생각은 사실 과분한 모험이라 박기호도 겯들어 충고했다.

   이홍래는 생각을 굴리더니 그럼 잠시 만주나 연해주에 가있어볼가했다.

   서일이나 박기호의 생각에도 차라리 그편이 나을것 같아서 동의했다.      이러던차 때마추 전날 딸애 죽청이를 데리고 금동리에 갔던 희연이가 경원에 돌아왔다. 그는 집에 들어서자바람 이달문이 이제는 총상이 거진 다 낳아 연해주로 건너갈 생각을 하더라고 알려주었다.

   《오, 그렇답니까! 잘됐군요!》

   이홍래가 기뻐했다. 자기가 그를 모시고 가자는 생각이 불현 듯 난거다. 

   마침 토요일이라 서일과 박기호는 그들의 월경을 도와줄 겸 바래주려고 함께 금동리로 향했다.

   이달문은 희연의 말과 같이 그동안 큰할아버지 내외분의 극진한 구완으로 총상이 과연 거진 다 나아서 연해주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이홍래가 함께 연해주로 가리라 하니 그는 무척 반가와했다. 이러던차 마치 원격조작에 움직이듯이 연해주에서 계화가 이달문을 호송하러 오기까지 했다.

   《묘하다! 참 묘해! 때마추 잘 모였다!》

   큰할아버지께서는 밝은 얼굴이 되여서 계화를 향해 지금 그곳 연해주서 동포들이 살아가는 형편이 대체 어떤모양인가고 물었다. 그래서 말이 나오고 나오다보니 그것이 마침내는 몇해전 간도관찰사(間島觀察使)로 만주에 파견되였다가 지금은 로씨야에 가있는 이범윤(李範允)의 행적(行蹟)을 추적하는 얘기로 가지가 뻗어나갔다.

   《듣자니 그분 간도루 건너가서 우리 사람 살도리를 잘 해놨다데. 그게 정말이우?》

   큰할아버지께서 물는 말에 이달문이 대답을 했다.

   《형님! 안그러믄 거짓말이겠수. 내가 눈알이 하나뿐이오만 제대루 보구다니오. 동포가 땀동이를 흘려 황무지를 개간해서 그걸 겨우 옥토루 만들어 놓으면 난데없는 청인 지주가 나타나 어쩌는지를 아우. <이건 내 땅이니 너는 지은 곡식을 바치거라> 했단말이오. 그게 억탈이 아니구 뭐겠수. 그래서 결국은 계약이라는걸 맺고는 반작농사를 하게되는거우다. 농사지어 고라니좋은일한다구 땅은 제가 개간해놓구서 한심하게두 그 꼴이였수다.》

    계화가 말을 이었다.

   《그저 그렇기만 해두 괜찮지. 우리 동포들 보고 너희들이 만주땅에서  그냥 살겠거든 청인의 풍속을 따르라고 강요를 했던겁니다. 청복을 입고 청나라의 변발을 하라고까지 말입니다. 그래놓고는 불응을 하면 경작지를 몰수한다 추방을 한다....가혹한 처사를 빈번히 당했던겁니다. 물론 지금이야 달라졌지만. 생활이 많이 좋아들갑니다.》

   《그 다 이관리사의 덕분일테지. 의례 그래야지.》

    큰할아버지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눈을 내리깐다. 무엇을 생각하실가?

    흉년이 그리 들어도 고향떠날 생각은 한번도 해본적없는 분이다.

    청나라 사람들은 한청간(韓淸間)에 간도귀속문제가 발단된 이래 간도의 영유권을 주장하여 간도땅에 발을 붙인 조선사람들을 몹시 박해하였던 것이다. 그 탓으로 동포들은 청나라 사람의 박해에서 보호해줄 것을 정부에 여러번 요청하여 정부에서는 이에 응하여 통정대부(通情大夫)인 여옥(汝玉) 이범윤을 간도시찰특사(間道視察特使)로 파견했던거다. 그가 정식으로 관리사로 임명된 것은 간도를 시찰하고 돌아온 이듬해 즉 1903년 7월이였다. 당시 의정부(議政府) 참정(參政)이던 김규홍(金奎弘)이 북간도일대가 본래는 조선땅이였으므로 거류민의 조세법을 정하고, 거류민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관(保護官)을 두어야 한다는 상주(上奏)에 의한것이였다.        

   《이관리사는 거기 건나가 동포들의 참상을 돌아보고 나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병력에 의해야 한다고 느꼈던지 정부에 보호병을 보내줄걸 요청했으나 정부가 파병을 하지 않았다더군요, 그렇지요? 그때 만약 파병을 했더면야 량국간 충돌은 불가피했을겁니다.》

   서일이 자기가 알고있는바를 한마디 비쳤다.

   계화는 그렇다면서 그후 이범윤이 한 일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분은 생각던 끝에 하는 수 없이 그만 정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자의로 산포수와 장정들을 모아 산포대를 만들었지요. 모아산에다 하나 마안산에다 하나 이렇게 두곳 병영을 설치했고 두도구에다가는 서울에서 연발총을 들여와 포병을 훈련시키기까지 했습니다. 거게는 산포수하구 거민장정만이 아니구 전에 강제해산을 당한 구한국군하고 의병도 포함했지요.》

   《암 그렇구말구. 형님, 나도 한참은 거게 몸붙이구 있었수다.》

   이달문이 이제야 그 일을 말해 큰할아버지를 놀라게 했다.

   《아따 이 사람아, 동생은 황병길의 그 뭐라더라, 노랑포수의병대에 들어서 왜놈허구 싸우지를 않았나. 거게는 언제?... 싸바라다니기두 했네.》

   《안그러면 홀아비신세에 이제 뭘하겠수, 기껏 싸대다 껍뻑하는게 차라리 났지.》

   《이번 연추가거들랑 색시 얻어 가정이루구 살아. 고생작작허구.》

   큰할아버지께서 관심해 타이르는 말씀이건만 이달문은 그걸 건숭으로 받아넘기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은 과연 의병에만가있는모양이다.

   《이범윤은 늙은이와 홀로있는 이들에 대해서도 보살핌이 각별했지요. 간도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부락을 순찰하여 위로하고 호구를 자세히 조사하여 팔순이상의 노인에게는 은총을 베풀어 경로사상을 앙양하고 애민의 뜻을 폈던겁니다. 행정이 미치지 못하던 간도에다 어문을 세워 자율적인 행정을 하고 10호를 1통으로 하고 10통을 1촌으로 만들어서는 통장에 촌장을 두어 매사에 상부상조하도록했지요. 청국에 대한 조세납부를 거부케 하고 대신에 그 조세를 우리네 정부에 내도록 해서 그로써 관청을 짓거나 련병의 비용으로 충당을 했던겁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우리 동포를 괴롭히던 청국향약을 실효케 함으로써 안심하고 살도록했지요. 그같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니까 간도동포사회에서는 그분 인망이 대단히 높았던겁니다.》

   《아니 이 사람아, 자네는 그 일을 어떻게 그리두 잘아는가?》

   큰할아버지는 의아쩍은 눈매로 계화를 여겨본다.

   《제가 내내 그의 수하에서 지내온건데 왜 모를까요.》

   《오, 그런가! 하하하....》

   큰할아버지께서 파안대소했다.

   《그러니 저분은 이범윤의 사람이구나!》

   박기호의 뇌임이였다.     

   서일의 눈길이 다시 계화쪽으로 갔다. 그가 오늘따라 돋보였다. 서일은 서울갔다가 신채호한테서 들은 얘기를 다시금 상기했다. 신채호는 지금 연해주에 가있는 이범윤이 국채보상운동에도 호응하여 부하들을 이끌고 <울라디보스톡> 한인촌 가두에 격문을 게재(揭載)하고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이 운동을 후원하라고 제창하였다고 알려준바 있다. 대단한 활동가다.

   1904년 로일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이범윤은 부하 500여명을 소집하여 일찍이 국왕으로부터 받은 마패(馬牌)를 가지고 로씨야군에 가담하여 일본군을 공했다. 그러면서 한편 그의 세력은 간도에서도 확장되였다. 그렇게 되자 청나라에서는 그를 두러워 미워하면서 한국정부에다 그를 간도땅에서 철수하게끔 조처하라고 강경히 요구하기에 이르기까지 했던 것이다.

   1905년 5월에 정부에서는 이범윤더러 귀환하라고 지시했다. 허나 그는 그 지시에 불응하고 로일전쟁이 끝나자 부하들을 이끌고 로씨야 연해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독립투사 양성의 기지를 얻자고 리네위치장군을 찾아갔더랬습니다. 그 장군이 로일전쟁당시 만주군총사령이였으니까요. 이범윤은 로씨야군을 위해서 참전한 대가로 토지 하부(下付)를 요청해보았습니다. 건데 그게 마음과 같이 돼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로령으로 넘어간건데 연추에 본거를 잡고.... 예 그렇습니다, 지금도 거기에 있지요. 우선 부하들의 취업, 생계를 마련해주고는 최재형이하고 이위종하고 함께 동의회를 조직해 의병을 규합했지요. 지금도 역시.... 이제 때가 닥쳐오면 동산재기를 할겁니다.》

   계화가 알려주었다. 이만하면 해외정황이 대략 개괄이 되였다.

   《애국애족심이 강한분이지! 이범윤선생의 덕행과 용기와 슬기는 모든 혁명자가 따라배워야 할 바이로다!》

   서일은 목청에 감격을 담아 뇌이였다.

   이달문과 계화, 이홍래는 이날 야반에 무사히 월경했다.          

   그들을 보내놓고나서 서일은 박기호와 헤이그밀사 사건을 놓고 우심(憂心)에 깊이 잠겨 다시금 운운하기 시작했다.

   《력사에 그 어느 나라가 남에게 의존해서 진정으로 제 나라의 독립과 번영을 이룩하였던가? 없다, 없어, 없구말구. 자주독립을 보장해주리라는 일본의 양언(佯言)을 믿어준 것 부터가 워낙 잘못된것이였다. 청일전쟁도 그렇구 로일전쟁도 그렇구 그게 과연 조선의 자주독립을 위해서 하는 전쟁이였던가? 새빨간 거짓말. 동양의 패권을 저들이 쥐려구 싸우면서도 그따위 듣기좋은 소리만 쳤으니 그건 보살의 낯짝에 가리워진 흉계였지. 부덕의한 짓을 하지 않고는 살아못가는 악종들! 모략이 출중한 침략자들은 이제 구실을 달아 우리 임금과 정부를 더 바싹 협박하려들 것이다.》

   《건 왜서?》

   《저희들의 야심을 한계단 더 높힐려구.》

   《과연 그럴가?》

   《왜 안그래. 두고 봐, 안그러는가구.》

   《을사조약으로 외교권을 다 빼앗아가구서도?》

   《외교권내놓고 다른건 빼앗을게 없나 뭐. 걸탐스러운 도적놈의 눈에는 부지깽이도 장물로 돼보이는거다. 이제 어떤 구실을 만들어서든 권리를 하나 하나 다 빼앗아내자구할게다. 안 그러는가 보라. 그자들은 이 나라를 색깔이 완전히 변하게 만들자고들거다.》

   서일이 하는 말이 결코 헛소리아니였다. 그는 제대로 보아낸것이다.

   해아밀사의 분사(憤死)소식이 전해오자 온 조선국민이 비감에 잠기면서 분노하여 일본을 성토했다. 하니만 지모가 난당이요 조선침략의 괴수인 이또오 히로부미는 만국회의에 한국의 밀사가 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차라리 이번의 사건을 좋은 기회로 역리용하려고 궁리하고는 7월 3일에 벌써 그 진상을 본국정부에 향해 질문하면서 제의했던것이다.

 

     <<헤이그에서 운동중인 한국인 3명의 성명은 무엇이라고 하는가? 그들의 배후에는 미국인 헐버트라는 자가 지휘하는 것으로 믿는바 과연 그러한가?.... 그 운동이 과연 한국황제의 칙명에 의한것이라면 우리 정부에서도 이 기회에 한국에 대하여 국면일변의 행동을 취할 호시기라고 믿는다. 즉.... 세권, 병권 또는 재판권을 우리에게로 거둬들이는 호기회를 주는 것으로 알고있다.>> 

     

    이또오 히로부미의 영리함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력사이래 일본의 다시얻기 힘든 인재는 이같이 지독한 모략으로 자신의 천부적인 재질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총명한들 도박에 내건 제 생명을 끝가지 지켜낼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 전날이였다. 비구름이 해를 가리워 날씨는 찌뿌둥했다. 통감부는 어둠침침한 방안을 밝히느라 한낮내내 전등을 켜놓았다. 창문들은 꽁꽁 닫겨져 있고 어느 하나 열어놓은 것이라곤 없었다. 해충이 날아들어 그런다지만 사실은 의병의 총알이 날아들거나 의사의 수류탄이 날아들까봐 무서워서였다. 물론 일본군이 통감부를 철통같이 수위하고하고는 있지만 이또오 히로부미는 그것으로도 안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국면일변의 호기야! 호기구말구!....우리에게 호기를 준거야! 그러고말고. 호기를 준거란데두!....》

   몸을 의자 등받이에 실은 이또오 히로부미는 두 팔을 머리우로 높이 올리뻣혀 기지개를 한바탕 크게 켜고는 기세가 올라 혼자소리로 부르짖었다.

   바로이때 소네 아라스께 부통감이 그의 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각하는 지금 누구하고 대화를 하십니까?》

   《정부하고 하고있네. 내 주장은 말일세.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르거든. 자네는 안그런가? 이제 우리는 <한일합방>의 준비공작을 결속지어야 할것이요.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꼭!》  

   이또오 히로부미는 어지간히 흥분이 되어 대꾸하면서 소네 아라스께의 그 너부죽한 얼굴을 다시금 보았다. 올해 나이 58세, 로련한 이 관료파의 수령은 아직 환갑전이건만 머리에 흰서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도 나이가 8살이나 어려서인지 얼굴의 근육질은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살결이 마른 무우쪽같이 시들어가고있는 자기같은건 비할바도 못되게 아직은 그래도 풍염한 그의 얼굴을 부러운 눈매로 다시봤다. 중의원부의장에서 사법대신, 농상대신, 대장대신을 엇바꿔지내다가 이제는 부통감이 되어 여기까지 와서 내내 조석을 같이하고있는 소네 아라스께는 그와 손벽이 맞게 배합이 잘되고있는 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종을 왕의 자리에서 내쫓아야겠네.》

   이또오 히로부미는 창밖의 날씨처럼 음침한 낯색을 지은채 말했다.

   《꼭 그럴필요가 있다고봅니까? 》

   《그렇지, 꼭 그럴 필요가 있지. 고종황제가 비록 보잘 것 없는 존재이기는 하오만 때때로 엇서고만있으니 어디 참겠는가. 여지껏 반일을 일삼는 자들에게 리용되여왔고 앞으로는 그 편으로 아예넘어가버릴수도있는 존재야.  그러니 아예 내려놔야해. 안그런가?》  

   로련한 모사(謀士)는 고종황제를 처리할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녕 모색하고 있은것이다.

    부통감은 입을 다시열고 물어왔다.

   《그리구는 누구를 그 자리에 올려 앉힐 작정입니까?》

   《그한테 척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잖은가.》 

   《아, 그를말이지?....》

   《그렇네. 왠고하면 척왕자는.... 소시적부터 신심이 그닥  활달하지 못하고 정치상에서도 하등의 독자적으로 운용하는바가 없거니와 성격이 온양하고 독실하여 오로지 평화를 애호하니 애비 리태왕과는 전혀 형이 다른 사람인거요. 왕위를 교체하여 황태자가 왕의 자리를 이엇다는 것을 표면에 나타냄으로써 왕위계승문제와 관련하여 일어날 수 있는 백성들의 분노를 우리는 무마할수도 있는것이요. 안그런가?》

   《정녕 그러하다면야 더 연구해 볼 필요도 없지요. 저의  생각에도 그렇게 함이 명지한 처사일 것 같습니다.》

   소네 아라스께는 동감임을 표시했다.

   자기와 부통감사이 부전조개 이맞듯이 의견분쟁이 없이 의합이 맞는지라 이또오 히로부미는 이틑날 전보로 동경에 문의하는 한편 속히 조선에 대한 정치적 지배권의 장악을 더욱 강화할 방책을 정부로부터 세울 것을 촉구했다.

   이번 해아사건을 빙적(憑籍)하여 페위(廢位)를 단행키로 맘먹은 이또오 히로부미는 그같이 본국정부에 전보를 치고나서는 지체없이 고종황제를 찾아갔다. 그는 가을배추같이 푸르뎅뎅한 낯색을 하여갖고 고종황제를 향해 그대는 왜서 일본을 적대시하는가, 차라리 선전포고를 내릴게지 하고 힐난의 언사를 무엄스레 던졌거니와 돌아와서는 신임총리대신 이완용을 불러다놓고 위협적인 말을 한 것이다.

  《황제가 한일협약을 무시하고 일본에 대해 공공연히 적대적행위를 하였으니 일본은 한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할 충분한 리유가 있는것이요. 귀하는 총리대신의 책임을 지고 황제에게 주청하여 처결을 촉구하시오.》

   이것은 고종황제에게 압력을 가하라는 뜻이였다.  

   이완용과 송병준이 통감 이또오 히로부미가 시키대로 죄여 친 무시무시한 소문이 광풍이나 탄것 같이 삽시에 온 조선일판에 쫙 퍼졌다.

  《일본이 한국에 대하여 개전(開戰)하려 한다.》

  《하세가와가 궁궐을 향하여 포격을 할것이다.》

  《어가가 도오꾜오에 친히 건너가 일황에게 사죄해야 한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속에서 이완용은 고종을 퇴위시키려고 적극돌아쳤다. 그는 급급히 각원들을 모아놓았다. 그리고는 경원궁으로 달려가 고종황제를 모셔왔다. 밀사사건의 사후책을 토의하기 위한 어전회의를 열기 위함이였다. 이완용은 마치도 자기혼자만이 기막힌 나라의 처지를 지극히 관심하는 양으로 황제를 향해서 간청했다.

  《페하! 이번 밀사사건으로 말미암아 한일 두나라의 관계는 전에없이 급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즉 시급히 선후책을 강구해얄 것 같습니다.》

   나라운명에 관게되는 이때를 당하여 고종황제는 무엇이라 말했으면 좋을지 궁리가 잘 나지 않았다. 일본 군경의 삼엄한 감시속에 외계와는 일체 단절되여 조언을 드리거나 감히 올바르게 론계(論啓)하는 사람도 없었던것이다. 

   다른 대신들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 난색을 지은채 황제의 얼굴만 멀거니 쳐다보았다. 어찌하여 이지경을 당해야만 하는가?.... 숨막힐 듯한 무거운 침묵이 갑갑하게 내리누를 뿐이였다....

    한편 일본의 동경에서는 즉각 내각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진지한 토론을 거쳐 기본상 이또오 히로부미의 제의를 채납하여 첫째로 조선국왕의 권한을 제한하고 그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며 둘째로 고종을 퇴위시키고 왕태자(리척)를 국왕의 자리에 올려놓자는 주되는 내용으로 《한국처리방침》이라는 정부의 새 결정을 채택한 것이다.

   7월 12일, 이또오 히로부미의 제안을 수락한 일본정부는 극비의 전보를 통감에게 쳐 《한국처리방침》을 곧 집행할 것을 명령했다.

  

  <<일본정부는 현하의 기회를 잃지 말고 한국내정에 관한 전권을 장악할 것을 희망함. 본건은 극히 중요한고로 외무대신이 한국에 가서 친히 통감에게 설명할것임.>>

 

   일본은 이 기회에 조선의 내정권까지 완전히 삭탈하려 드는 판이였다.

   이또오 히로부미는 이완용과 송병준에게 외무대신 하야시가 이제 한국에 오리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한국정부가 이 소문을 들으므로써 위협을 더 느끼고 고종황제에게 압력을 바싹 가해 그가 퇴위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만들자는 목적이였다.

   통감부의 꼭두각시로 돼버린 신임총리대신 이완용은 속이 안달아나는 것 처럼 시급히 각원들을 모여놓고 회의를 열었다.  

   《일본에서 이제 외무대신까지 오리라는데 어쩌면 좋겠소?》

    이제 나이 곧 50줄에 오르게 되는 이완용은 멋을 내느라 잘 다듬은 까만 팔자코수염을 볼따구지와 함께 실룩거리고나서 입을 열어 여러 각원들에게 대책을 물었다. 

   《어찌할 것 있소? 하야시외무대신이 래한하기전에 우리는 황제페하로 하여금 황태자에게 양위하도록 하는 것이 만전지책인가 하오.》

   송병준이 선듯이 그와 손벽을 맞추었다.

   몇몇 대신이 송병준의 말에 동조했다.

   이날 10여년이나 일본에 가 있으면서 흑룡회의 핵심인물이자 지금은 통감부 고문노릇을 하고있는 정객 우찌다의 지성어린 보살핌과 살뜰한 가르침을 받아 뼈속까지 충효가 배일지경 배달혼을 깡그리 잃어버린채 주구로 전락되고 만, 새로 농상공부대신의 벼슬자리에 높이 올라앉은 일진회의 두목 송병준이 갑갑함을 못참겠다면서 어전에서 뻐젓이 사리였다.

   《페하! 해아밀사사건은 정치상 중대문제인즉 일본으로서는 문죄하는 일이 있을터이니 종사위기가 조석에 박도하였습니다.... 만일 이또오가 이 책임을 문책하고 하세가와 대장이 대한문을 향하여 포문을 열게 되면 어찌하렵니까. 일본 외무대신이 불일간 래한(來韓)한다 하니 그렇게 되면 어떠한 요구가 있을지 모르거니와 페하의 취하실 길에는 두가지 방책이 있으니 1은 어가가 친히 동경에 건너가 일본황제에게 사죄하는것이요 2는 페하께서 대한문에 나아가서 하세가와 대장에게 직접 강복(降伏)하는 것입니다.》

   (과연 네놈이 아니구는 입밖에 내니 못할 말을 하는구나, 너도 그래 사람의 새끼냐?)

   《경은 도대체 누구의 신하인가? 병준의 위인이 저러한 줄을 미리 알았던들 벌써 중용하였으면 종사위기가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로다.》 

   고종은 진노하여 한마디 던지고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정으로 들어가버렸다.

   각 대신이 송병준의 무도한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땀을 흘렸건만 이완용은 낯빛이 태연했다. 

  이틑날 즉 7월 17일 밤에 이완용 등 7대신이 선위(禪位)할 것을 끈덕지게 주청(奏請)하니 분통이 터진 고종황제는 노하여 책상을 치며 꾸짖고 일축하였다

   《경들은 신하된 몸으로 어이하여 짐에게 양위할 것을 강요하는가? 짐이 퇴위한다면 장차 이 나라는 어떻게 될것인가? 짐이 양위하고싶은 생각이 없는 한 누가 강요해도 짐은 받아들일수 없노라.》

   이러면서도 속은 이미  다 얼어버린 황제였다.

    (이 일을 과연 어쩌면 좋을고?....)

   고종황제는 통감부에 알려 이틑날 이또오 히로부미를 입궐케했다.

   지체없이 와서 황제를 알현하는 이또오의 눈에는 살기가 어려있었다.

   고종황제는 기가 꺾여 물었다.

   《밀사사건으로 근자 일부 대신들은 짐에게 양위를 권하고있는데 통감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그렇겠지. 이제야 궁둥이에 붙는 불을 끄자는구나.)

   웃음집이 흔들거린 이또오 히로부미는 시치미를 떼면서  아닌보살을 했다.

   《그것은 귀국 황실내의 문제니 외신은 간여할바가 아닌가합니다.》

   이 얼마나 점잖고도 천연덕스러운 응변인가!

   고종은 그가 모략을 꾸미고있는게나 아닐가 의심하면서 어렴풋한 희망을 걸고있었다. 흡사 백장을 찾아 구원을 바라는 면양과도 같이. 리지를 잃어버린 신뢰감은 이같이 순진한 사람을 어리석게 만들어 스스로 자신을 우롱당하게 하는것이다.

   이완용은 대신들을 거느리고 입궐하여 고종황제보고 어전회의를 열라고 또 한바탕 닥달을 놓았다.

   고종황제는 협박에 못이겨 침음을 하며 자결까지 하려하였다. 그는 을미년에 명성황후가 피살된 일을 다시금 회억했다. 외교술이 출중하다는 이노우에 가오루가 여러해를 조선에 와 있으면서도 그와 민비를 자기쪽으로 끌어 붙이지 못하였으니 결국은 실패하고 돌아간것이다. 그가 가고 미우라 고로오가 대신왔다. 자기는 불경이나 연구하지 정치에는 흥취없다면서 조선의 내정에 개입하지 않으리라 표명했었다. 그래 그런줄로만 믿고서 그를《독경공사》라 비웃지를 않았던가. 그런 자가 언녕 속에다는 잔인한 흉계를 품고 기여들었을줄이야 그 누가알았으랴. 그자는 실로 마구잡이로 흉포를 부린 살인악마였다. 고종황제는 한때 그를 굳게 믿어준 자기가 너무나 멍청이여서 저주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죽지 말고 살아서 내 나라를 건져내야한다.)

  고종황제는 자결을 단념했지만 결국 적신(賊臣)의 강박에 견디지 못해 태자에게 정무(政務)를 대리케한다는 조서를 내리고말았다. 대리와 양위는 형식상으로 비슷하면서도 실지에서 판이하니 정무를 대리한다면 신군(新君)은 소조(小朝)라 하고 구군(舊君)은 대조(大朝)라 하여 소조(小朝)는 명령을 받들어 집행하게 되고 국가대권은 의연히 대조(大朝)에서 조종하는 것이다.
    이것으로 만족할 이또오 히로부미가 아니였다.

   《어찌자는건가? 그냥 벗텨볼참인가?... 내가 바라는건 그게 아니란말이요. 알겠지?》

   그는 이러면서 이완용, 송병준 등을 추겨 기어히 양위를 실행케 했다.

   18일 밤 내각에서 계속 임금의 양위를 주청(奏請)하고 통감부에서는 외무상 하야시를 맞아 그와 요구조건을 밀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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